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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대란 해소 물꼬 텄지만…완전 해결까진 2천억 더 필요
대한항공, 한진해운에 600억 지원 결정
한진해운 `컨테이너 운송 가능량` 순위
보름새 3계단 뚝…세계 톱10 밖으로
기사입력 2016.09.22 0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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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이사회가 21일 한진해운에 긴급 자금 투입을 결정함에 따라 물류대란 사태는 부분적으로 진정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각국 주요 항만에 발이 묶인 한진해운 유랑화물(33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을 하역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1700억~2000억원이다. 이를 다시 최종 목적지까지 배송하는 데는 1000억~13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총 3000억원은 있어야 사태 해결을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한진해운이 확보한 자금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사재 출연금 각각 400억원, 100억원에 내부 자금 등을 합쳐 70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한항공 지원금(600억원)이 더해져도 가용 자금은 1300억원이다.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서는 2000억원가량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날 대한항공 지원 결정으로 추가 자금줄은 역설적으로 말라붙었다. 대한항공 이사회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이제 지원 여력이 다했다"며 "추가적으로는 더 검토할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수는 산업은행 지원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하역 화물이 처리될 때 발생할 매출채권을 담보로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 지원으로 하역되는 화물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면 이때 나오는 매출채권을 바탕으로 실탄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산업은행 지원분이 400억~700억원 수준까지 올라가면 유랑화물 하역 문제까지는 일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이사회 무슨 안건 논의했나

이날 이사회에는 △한진해운이 받을 운송비(매출채권)를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한진해운 보유 부동산 등 담보 가치를 재평가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이 중 최대 관건은 한진해운이 나중에 받을 운송비의 담보 가치를 얼마만큼 인정할 수 있을지였다. 현재 한진해운 배에 실린 화물 상당수는 최종 배송지까지 운송이 완료됐을 때 화주들로부터 돈을 받는 후불 계약 물량이다.

현재 하역 중이거나 선적된 화물 운송이 완료되면 한진해운 측에 입금될 돈은 1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돈이 온전히 한진해운 금고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 용선료 채권과 화물 운송 지체로 인한 화주 손해배상채권 등도 한진해운 보유 자금에서 쪼개 갚아나가야 한다.

용선료, 화주 손배채권은 모두 공익채권에 해당된다. 공익채권은 법정관리 체제에서 채무조정 대상이 되지 않고 회사에 돈이 들어오는 대로 우선적으로 되갚아야 한다. 결국 밀린 용선료와 화주 채권에 갚을 부분 등을 제하고 나면 어느 정도까지 한진해운 돈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지가 이날 논의의 초점이었다.

한진 고위 관계자는 "매출채권 회수 추이를 합리적으로 추정해 운송비의 담보 가치가 충분하다고 사외이사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완고했던 사외이사들이 돌아선 데는 물류대란 사태로 한진그룹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외이사는 "대한항공 주주 이익을 지켜야 할 책임은 분명하지만 물류대란 사태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담보 가치만 확실하다면 사회적 책임을 지키면서 지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화주 줄소송 가능성 여전

다만 대한항공 지원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화물 문제는 화주들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해운업계에서는 법정관리 개시 4주째인 이번주부터 화주들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며 손배청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달 이후 발생한 미지급 용선료가 400억원을 넘어섰고 화주 손배채권이 현실화하면 조 단위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고가 장비나 정보기술(IT) 부품 등 중요한 납품기일에 물린 화주는 지연 사태를 참지 못하고 자비를 들여 운송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들어간 비용은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고스란히 한진해운 부담으로 옮겨간다. 법원 측은 "화주나 용선주 선박 압류가 현실화하면 막대한 규모의 공익채권을 변제해야 하역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물류대란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지분 잃는 한진

이런 가운데 보유 선박이 급속도로 쪼그라들며 한진해운은 운송 규모가 글로벌 순위 10위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해운통계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진해운 컨테이너 선복량(공급 가능량)은 54만7606TEU로 글로벌 순위 10위를 기록했다. 보름 만에 3계단이나 하락한 것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한진해운의 글로벌 순위는 7위였지만 19일 선복량이 2년 만에 60만TEU 아래로 떨어져 8위를 기록했고, 이후 하루 만에 10위까지 떨어졌다. 한진해운이 10위까지 처진 것은 7년 만이다.


현재는 선복량이 더 줄어 11위인 UASC(54만4544TEU)와는 불과 중소 선박 1척 차이(3062TEU) 정도에 불과해 이번주 중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순위 하락은 해운망이라는 국가 인프라스트럭처가 수치상으로도 붕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한진해운은 37척의 사선 중 15척만 운항하고, 61척의 용선은 모두 반선하는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진해운은 한국의 수출입 물량만 운송하는 근해선사로 전락하게 된다.

[김정환 기자 / 윤진호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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