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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수입세단 부럽지않네 "난 K9스타일"
기아 K9-벤츠 S350-렉서스 LS460 시승 비교
기사입력 2012.08.27 15:11:45 | 최종수정 2012.08.27 16: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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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역사는 K9 이전과 K9 이후로 나뉘게 될 겁니다. 언론을 상대로 한 시승 행사에서 그런 열띤 반응을 본 적이 없습니다. 주행성능이나 편의사양, 정숙성에서 수입 경쟁모델에 절대 밀리지 않을 겁니다."

현대기아차그룹 마케팅 담당자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자신감이 지나쳐 너무 교만한 발언이 아닐까? 그래서 직접 비교 시승을 해봤다.

초대된 경쟁자는 메르세데스 벤츠 S350과 렉서스 LS460 두 대. 자타가 공인하는 럭셔리 대형 세단의 강자들이다.

기아가 K9을 출시하면서 이 두 대를 포함해 BMW 7시리즈, 아우디 A8 같은 그 이름만으로도 버거운 상대들과 당당히 맞붙겠다고 선언한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한껏 콧대를 세운 디자인 품질과 함께 고급 제품으로서 상품가치에서도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고객은 우리가 더 잘 안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타깃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세심하게 구현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기아의 기함(플래그십)으로서 K9이 내세우는 장점은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과 핸들링, 그리고 탁월한 정숙성이다. 이를 가늠해보기 위해 S350과 LS460을 잣대로 삼는 건 당연한 일. 각기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분야 최고의 내공을 가진 강자들이다. 기본 장착된 편의장비와 사양을 비교하자면 K9 혼자 자랑을 길게 늘어놔야 하기에 우선은 K9을 집중적으로 타보면서 승차감과 핸들링, 정숙성을 경쟁자들과 비교해보기로 했다.

시동을 걸면 몹시 조용하다. 세 대 모두 그렇다. 하도 조용해서 `도서관보다 조용한 차`라고 자랑하던 렉서스가 머쓱할 지경.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차가 낫다 할 수 없을 만큼 아이들링 소음은 완벽히 절제돼 있었다. K9은 차체 각 부분에 제진패드와 충진재를 듬뿍 사용함으로써 실내 소음을 최소화했다. 차체 아래쪽에는 플로어 하부 전체를 감싸는 언더커버를 부착해 지면에서 올라오는 불쾌한 소음도 차단했다.

속도를 올리면 K9은 기대 이상의 가뿐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벤츠의 중후하고 묵직한 반응과 상대적으로 가볍고 빠르게 반응하는 렉서스 사이에 있지만 벤츠 쪽에 더 가까운 몸놀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노멀 모드일 때의 얘기. 스포츠 모드에서는 움직임이 한층 경쾌하고 파워풀해진다. K9은 주행 모드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노면 상황이나 운전자 기분에 따라 네 가지 모드가 가능하다(눈길에서 유용한 스노 모드는 별도의 스위치가 있다). 기어노브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계기판 조명이 물결치면서 모드가 바뀐다.

부드럽게 달릴 땐 노멀, 주머니 사정보다 지구환경이 걱정된다면 에코 모드. 운전대를 잡은 기사에게는 마땅히 이 두 모드만 허락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면 스포츠 모드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스티어링 조향, 서스펜션의 감쇄력과 변속 시점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엔진 반응까지 제어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차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차를 과격하게 몰아보면 K9이 그리 점잖은 차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코너에 차를 집어 던지듯 급격한 스티어링에도 차체는 완강히 지면을 지탱했다. 휘청이거나 뒤뚱거리는 불안함도 없었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 같은 전자장비가 순간순간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비의 단점은 지나친 개입으로 운전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인데, K9의 경우는 위화감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물론 이 차를 사는 대부분의 오너는 코너에 차를 집어던질 일은 없다. 하지만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벤츠 S350은 여러 면에서 대형 럭셔리 세단의 모범다웠다. 요란하지 않은 디자인과 절제된 편의장비, 진중하지만 결코 굼뜨지 않은 믿음직한 가속과 한결같이 매끈한 변속감에서 오랜 세월 클래스 정상을 지켜온 내공이 느껴졌다. 코너에서도 버벅대는 일이 없고 틀어진 자세를 순식간에 바로잡는 능력도 뛰어났다. 스티어링 휠 옆에 붙은 독특한(혹은 괴상한) 기어노브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지만 활용도 높은 패들 시프트 덕분에 한결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했다.

렉서스 LS460은 상대적으로 오래된 모델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묵은 기분이 나지만 여전히 만만찮은 가치를 보여줬다. 높은 배기량이 전해주는 후련한 가속감과 어떤 속도 영역에서도 숨소리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정숙함, 안락하고 편안한 승차감까지 이 분야 명차가 가져야 할 덕목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다만 급한 코너링에서 허둥대고 조금만 과격하게 몰아가면 미끄러지고 뒤뚱거려서 스포티한 주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LS460을 위해 약간의 변명을 해주자면 타이어의 영향이 컸을 거라는 것. S350이 255/45/18을, K9이 245/45/19와 275/40/19를 앞뒤에 각각 끼운 데 비해 LS460은 235/50/18의 다소 허약한(?) 신발을 신었다. 승차감과 정숙성을 극대화하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K9의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헤드업디스플레이(HUD)다. 운전자만 볼 수 있게 앞유리에 선명하게 비치는 디지털 영상은 운전자가 시선을 다른 곳에 뺏기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늘 경쟁한 두 모델에는 아예 채용되지 않은 사양이고 BMW7시리즈의 그것보다도 한층 더 다양한 기능과 세밀한 정보를 보여준다.

대형 럭셔리 세단에서는 뒷좌석 승차감이나 편의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K9의 시트 착좌감은 너무 무르지도 딱딱하지도 않아 딱 적당한 편이었다. 뒷자리 중앙에 오너만을 위한 고급 사양들을 조정할 수 있는 스위치들이 마련돼 있다. LS460에도 있는 사양이다. 스위치 조작만으로 에어컨과 멀티미디어, 시트의 미세한 조정까지 가능하다. 앞 시트 좌우 헤드레스트에 각각 부착된 9.2인치 모니터는 호화 옵션의 극치를 보여준다.

K9이 외관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는 매우 인상적이다.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강력하고 다이내믹한 스타일을 지녔다. 특히 전면부 디자인은 매우 남성적이며 압도적 카리스마가 있다. 보다 젊고 에지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전략이 읽히는 부분이다. `아버지 차`나 `회장님 차`가 아니라 `내 차`로 선택할 수 있는 차. 이것이 게임에 새로 뛰어든 뉴페이스로서 K9이 지닌 중요한 차이점이다.

최근 국내 대형차 시장은 부쩍 뜨거워졌다. 자동차회사로서는 수익을 가장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세그먼트이기 때문에 절대 양보 못하는 시장이다. 각 메이커는 당연히 경쟁적으로 신모델을 투입시키고 있다. 기존 국산차들이 주름잡던 게임에 수입차들이 판을 키우고 있는 형국에 최근 K9이 뛰어들어 한층 치열해졌다.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경쟁자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 경쟁은 더욱 볼 만해질 것이다.

기아 K9은 처음부터 최고급 수입차를 겨냥했고 이 세계 최강자들과 계속 맞붙으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브랜드 선입견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실력으로 맞붙을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가격이라는 최강의 구매조건이 가세하면 K9의 경쟁력은 한층 우월해진다. 경쟁자가 가지지 못한 각종 호화옵션을 하나씩 꼽아보자면 선택에 대한 결심이 한결 쉬워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버지 차이든 내 차이든 간에 말이다.

[이경섭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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